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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크로라는 생소한 호주산 브랜드가 정식으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2001년이다. CES 쇼에 출전하고 나서 미국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급기야 『스테레오파일』을 비롯한 유수의 잡지에서 호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소개했던 dm58이란 파워 앰프는 2002년 『스테레오파일』지의 앰프 부문 어워드를 받기도 한 만큼, 이는 호주라는 낯선 지역의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단숨에 날려버린 쾌거라 하겠다.

여기서 잠깐 핼크로라는 이름에 대해 알아보자.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아무리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그 이름이 동사의 설계자이자 CEO인 브루스 핼크로 캔디(Bruce Halcro Candy)의 미들 네임이라는 사실을 알면 금방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이름은, 정확히는 영국 최북단에 있는 오크니 아일랜드에서 기원한 스칸디나비아식 성(姓)이라 한다. 아무래도 그 지역의 위치가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가까운 만큼, 이런저런 교류와 정착을 통해 영국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리라.

아무튼 좀 복잡하지만, 핼크로가 내세운 테크놀로지는 아주 심플하다. 클래스 D 방식의 앰프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클래스 A 방식이 음질 면에서 유리하다고 알고 있는 만큼, 이런 접근은 매우 생소할 것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입력 신호에 대해 끊임없이 온오프를 반복해서 출력을 얻는 방식으로, 흔히 스위칭 전원이라고 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효율이 높고, 스피디하며, 발열과 낭비가 심한 전원부에서 자유롭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앰프 회사가 클래스 D를 사용하지 왜 구태의연한 클래스 A나 클래스 AB에 집중하는가 의문이 들 법하다.

클래스 D 방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효율이 높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곡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이를 하이엔드 앰프로 구사하기 위해선 노이즈를 제거하는 회로와 각종 장치가 필요하며, 그것은 A부터 Z까지 모든 부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1950년대 초에 기본적인 착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 쪽에서 널리 쓰이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 처음 등장한 동사의 앰프에 열광한 것은, 이런 디스토션이나 노이즈가 정확히 제거된 채, 하이 스피드하면서 음장감이 풍부하고, 광대역한 음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어떤 스피커를 물려도 나긋나긋하고 또 표정이 풍부한 음을 얻을 수 있으며, 피크에서 2kW 정도의 출력을 가볍게 내니, 앰프로 인한 트러블이 발생할 소지가 없는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앰프 설계와 비할 때, 훨씬 심플하고 또 효율적인 신호 전달이 가능하기에, 흔히 로 레벨의 디테일, 그러니까 볼륨을 낮게 하고 음악을 들어도 충분히 전체의 묘사가 가능한 매직이 연출된 것이다.

이번에 만난 dm38은, 전술한 dm58의 스테레오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따지고 보면 동사의 라인업, 특히 레퍼런스 시리즈라고 불리는 본격파 하이엔드 제품군은 너무나 단출하다. 프리앰프 2종과 파워 앰프 3종이 전부니 말이다. 본기는 파워 앰프 중 엔트리 클래스에 속하면, 그 위로 dm78 및 dm88이 포진하고 있다. 상급기가 모두 모노 블록의 형태인데 반해, 본기는 스테레오 사양이지만, 그 내용은 모노 블록의 퀄리티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므로, 가격적인 면까지 고려할 때 꽤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 하겠다.

일단 본기의 포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듯하다. 너무나 전위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무슨 SF 영화에 나오는 소품 같기도 하고, 아니면 한겨울에 사용하는 히터로 오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H자 형태로 만들어진 이 모양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상부의 두 파트는 히트 싱크와 출력단이 포진해 있다. 중간에 있는 바에는 스위칭 모드를 정정하는 파워 서플라이와 각종 입력단이 들어 있다. 마지막으로 맨 밑에는 메인 전원부가 있다.

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각 컴포넌트를 구조적으로 구분해서 서로가 영향을 끼치는 일을 아예 봉쇄해버렸다. 특히,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기장과 전원 노이즈가 다른 파트에 전달되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제일 무거운 부분을 밑에 놓음으로써 여러모로 안정적인 구조도 확보하고 있다.

본기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출력단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완벽한 대칭 구조를 갖는 FET를 사용해서 스위칭 전원부를 구성한 바,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온도다.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그 안정적인 동작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파트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에 똑같은 전류를 흘려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는 바, 이 부분에서 엄청난 기술력이 투입된 것이다.

다시 말해 엄청난 하이 스피드와 높은 효율성으로 스위칭 모드가 동작을 해도 전혀 과열되는 법이 없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아무리 높은 출력을 낸다 하더라도 핵심이 되는 회로엔 약한 전압, 대개 10V 내외를 흘려줌으로써, 말하자면 작은 신호 디바이스로 광대역에 대응하는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본기에 투입된 첨단 기법들은 모두 특허를 받은 터라,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책 한 권 분량도 모자랄 지경이다. 여기에 동사를 대표하는 UPFC(Universal Power Factor Corrected)라는 파워 서플라이 기법까지 언급하고자 하면, 무슨 테크니컬 페이퍼가 아닌가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스위칭 전원뿐 아니라, 이에 전원을 공급하는 UPFC에도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으므로 간단히 정리하겠다.

우선 일체의 디스토션이나 간섭이 없이 전원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85V부터 270V까지 별다른 전환 스위치 없이 자유롭게 작동하니, 전세계 어디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별다른 냉각팬이 필요 없을 만큼 발열 면에서도 우수하니, 동사가 자랑할 만도 하다.

마지막으로, 본기에 투입된 모든 부품은 커머셜 그레이드, 그러니까 상용품에 해당하는 급수가 아닌, 산업용 급수에 부합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상용품은 섭씨 0도에서 70도 사이에 작동하지만, 산업용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까지 커버한다. 이런 간단한 비교에서 알 수 있듯, 본기에 투입된 기술력과 부품의 퀄리티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시청을 위해 다질 프리와 카르마의 갈릴레오 스피커를 동원했으며, 소스는 와디아 381i를 사용했다. 참고로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길 샴 & 외란 쇨셔
-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야니네 얀센
- Miles Davis 'So What'
- Cat Stevens 'Morning Has Broken'

첫 곡을 들으면, 기타음의 두께가 다르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나일론 줄을 사용해서 바디의 울림을 풍부하게 만든 연주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의 경우, 너무나 리얼하고 또 호소력이 깊어서 실제 연주보다 더 아름답구나, 탄성하게 된다. 음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또 여운도 풍부해서 깊이 마음속에 각인될 뿐 아니라, 놀랍도록 하이 스피디해서 일체의 왜곡이나 엉킴을 느낄 수 없다.

베토벤의 경우, 따스하면서 당당한 울림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른다. 현악군의 움직임이 나긋나긋 멋지게 펼쳐지고, 총주에서의 어택감도 놀라워서 뛰어난 다이내믹스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바이올린이 출현할 때엔 고역으로 한없이 치솟아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한껏 열려 있음을 알게 된다. 치밀하면서 강한 느낌의 바이올린에 하등 결점을 찾을 수 없다.

마일스는 멀리서 아련히 더블 베이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피아노가 일정한 템포로 반주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이윽고 본격 연주를 알리는 부분에서 파괴적인 심벌즈의 울림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효과적이며, 다소 파열적이면서도 고상하게 울리는 트럼펫에 다다를 즈음엔, 스튜디오에 들어선 듯한 기분에 휩싸여 자연스럽게 음에만 몰두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빠르면서 준민한 음이라 반세기 전의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싱싱하며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캣 스티븐스의 노래는 원래 좋아하던 터지만, 여기서는 깜짝 놀랄 만큼 신선한 면이 많다. 우선 기타를 긁는 모습이 상당히 디테일하고, 목소리엔 약간의 촉촉함마저 느낄 정도로 매혹적이다. 코러스의 존재감도 잘 드러나고, 피아노의 울림은 공간을 충분히 장악할 만큼 멋지게 펼쳐진다. 아무리 리마스터링된 CD라 하지만, 이 정도로 섬세하고 또 밸런스가 뛰어나게 나오면, 새로 녹음한 음원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아무튼 소스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뽑아내어 일체의 가감 없이 증폭한다는 면에서 본기가 가진 가치는 특필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