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내구성과 순도의 다양한 제품으로
Bryston 본사 탐방 인터뷰
토론토에서 브라이스턴이 소재한 피터보로우까지 가는 길이 평탄치 않다. 때는 1월 초,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만일 기온이 계속 내려간다면, 빙판길 운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운전하던 러셀씨는 연신 휴대폰으로 기온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섭씨 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오고 가는 길은 비교적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인터뷰는 차 안에서 러셀씨와, 또 나중에 사무실에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제임스 태너(James Tanner)씨가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 우선 회사명인 브라이스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Bryston : 처음 브라이스턴이 설립된 시기는 1962년입니다. 이때 창업을 주도한 세 사람의 이름을 결합해서 브라이스턴이라고 작명한 것이죠. 그후, 저의 부친이 1968년에 이 회사를 사들일 때, 저희 삼형제의 이름을 이용해도 역시 브라이스턴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뉘앙스가 나쁜 것도 아니고, 저희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계속 쓰고 있답니다.
- 처음 만들어질 때, 브라이스턴은 어떤 회사였나요?
Bryston : 회사명이 “브라이스턴 매뉴팩처링”(Bryston Manufacturing Ltd.)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뭔가 공업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곳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는 혈압 관련을 체크하는 의료용 기기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부친이 이 회사가 가진 기술력이 유망하다고 보고, 과감히 매입한 것이죠.
- 부친께서 돈이 많았던 모양이군요.
Bryston :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취업이 되지 않으므로, 하는 수 없이 공장을 사들인 것이죠. (웃음)
- 그럼 부친께선 언제까지 회사에서 일하셨나요?
Bryston : 1983년경에 은퇴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형제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 3형제라고 했는데, 어떤 분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Bryston : 제일 큰 형이 존이고, 제가 둘째입니다. 막내가 크리스토퍼고요. 존은 일찍이 회사를 나갔고, 이후 제임스 테너와 짐 스펜스가 들어와서 총 네 명이 새롭게 시작을 했습니다. 저, 브라이언이 회사 운영을 맡은 대표이고, 다른 분들은 부사장의 직함을 갖고 있습니다.
- 그럼 오디오 회사로서 브라이스턴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려주시죠.
Bryston : 1974년, 프로3이라는 파워 앰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 이 제품은 누가 설계했나요?
Bryston : 막내인 크리스토퍼가 설계했습니다. 사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쪽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일단 뭔가에 관심이 가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질 않았습니다. 특히, 전자 제품의 경우, 뭔가 고장나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고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점차 오디오에 매료되어 직접 앰프를 설계하게 된 것이죠.
- 브라이언 본인은 오디오에 관심이 있었나요?
Bryston : 그보다는 음악에 몰두했죠.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정말 새로운 음악이 마구 쏟아졌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블루스를 좋아합니다. 그런 것이 인연이 되어, 동생의 작업을 응원한 것이죠.
- 당시 제품을 설계할 때 의도한 바는 무엇인가요?
Bryston : 음악을 좋아한 관계로 저와 동생은 자주 라이브를 들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레코드에서 듣던 음악이 라이브에서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겁니다. 한마디로 들어줄 수 없는 음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하든 개선하고자 해서, 직접 앰프를 만든 것이죠.
- 그러니까 당시엔 프로용 제품으로 설계한 것이군요.
Bryston : 맞습니다. 오랜 기간 브라이스턴은 스튜디오나 라이브 뮤직 장비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 프로 3를 만들 때 타사의 제품과 뭐가 달랐나요?
Bryston : 일단 듀얼 방식으로 파워 서플라이를 썼고, 리니어리티가 좋게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구성에 신경을 썼죠. 지금도 저희 회사 제품은 워런티 기간이 20년이나 됩니다. 당연히 클래스 A나 진공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죠. 그러므로 클래스 AB 방식으로 지금도 만들고 있습니다. 단, 최대한 왜곡을 억제하고, 음의 순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관련 제품은 워런티 기간이 5년입니다. 그 이유는 칩이라던가 그것을 컨트롤하는 서킷 부분에서 내구성을 장담하기 힘들어서죠. 단, 항상 여분의 칩을 준비해서 AS가 들어오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 그럼 프리앰프를 이야기해볼까요? 최초의 모델이 뭔가요?
Bryston : 바로 1B입니다. 이것은 특정 소스를 재생 중, 다른 소스를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카세트 테입에 LP나 FM의 음원을 많이들 녹음했죠. 바로 거기에 착안한 것입니다. 그 후 11B, 12B 하는 식으로 신모델이 계속 나왔습니다.
- 처음부터 피터보로우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아니죠?
Bryston : 그럼요. 처음엔 렉스데일에서 만들다가, 21년 전에 여기로 이주했습니다. 마침 저희가 원하는 건물이 발견되어, 신속하게 이전을 결정했죠. 총 2만 스퀘어 미터 정도의 공간이랍니다.
- 회사 이야기를 해보죠. 현재 몇 명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까?
Bryston : 총인원은 약 41명 정도입니다.
- 상당한 숫자로군요. 통상 하이엔드 메이커를 가면 10명 안팎이 대부분인데요.
Bryston : 저희는 북미쪽 마켓팅을 직접 합니다. 그쪽으로도 인원이 배치된 관계로, 상당히 많은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 브라이스턴은 프로쪽 장비로 원래 이름이 높았습니다. 지금도 그런가요?
Bryston : 아닙니다. 현재는 하이파이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로쪽은 전체 매출에서 한 5% 정도 되나요?
- 사실 브라이스턴은 앰프로 유명하지만, 홈페이지에 가보면 정말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더군요. DAC, 디지털 플레이어, CDP, 포노 앰프 심지어 스피커까지요. 이렇게 많은 기종을 만드는데 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Bryston : 일단 저희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려고 합니다. 마켓팅쪽에서 누군가 새로운 DAC가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으니까 준비합니다. 또 어떤 딜러가 포노 앰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 역시 만들 수 있으니까 준비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품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이렇게 많은 모델을 취급하려면 몇 가지 원칙은 있지 않나요?
Bryston : 당연하죠. 우선 우리는 최종적으로 일종의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즉, 앰프뿐 아니라 각종 소스와 스피커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 것이죠. 이미 브라이스턴이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봅니다. 또 우리 회사엔 각종 계측기며 서킷 머신 등이 갖춰져 있어서, 언제든 새 제품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또 정말 우리가 만들지 않아도 되는 쪽, 이를테면 턴테이블의 베이스나 암과 같은 경우, 굳이 우리가 손을 댈 필요가 없죠. 그런 식으로 해서 차근차근 라인 업을 넓혔습니다.
- 이 모든 제품들에 면면히 흐르는 철학 같은 것이 있다면 뭔가요?
Bryston : 좋은 질문입니다. 일단 왜곡을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이른바 컬러링이나 독자적인 보이싱은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제품에 다 해당이 됩니다.
- 그럼 현재 R&D 쪽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몇 명이나 되죠?
Bryston : 현재 7명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다.
- 각각이 특수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모양이죠?
Bryston : 개개인마다 전문 분야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제품을 기획한다고 하면, 통상 2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두고, 2~3명 정도를 투입합니다. 여기엔 해당 엔지니어의 흥미나 의욕도 충분히 감안합니다. 누군가 DAC를 만들고 싶어한다거나 혹 포노 앰프에 관심이 있다거나 하면, 그 일을 맡기는 거죠.
- 역시 개방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군요. 그런데 이 많은 인원을 고용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Bryston : 사실 많은 회사들은 개발비와 선전비를 뽑기 위해, 일부러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앰프의 경우 섀시에 투자를 많이 하죠. 그래서 앰프가 아니라 박스 장사라는 조롱도 받습니다. 저희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일단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 그가 지갑을 열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격 산정을 하고 또 충분히 그 퀄리티에 만족하도록 노력합니다.
- 브라이스턴은 특히 전원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전원 트랜스가 좋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소개해주시죠.
Bryston : 저희는 캐나다에 소재한 플라트론사의 제품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충분히 검증이 된 트랜스입니다. 다른 유명 메이커에도 곧잘 들어가죠. 또 이 회사는 전원에 대한 노하우가 뛰어나서 전원 장치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와 공조해서 개발한 것이죠.
- 워낙 브라이스턴은 스피커 구동력이 좋아서, 이른바 변비 스피커를 잡는데 선수로 알려져 있죠. 충실한 전원부와 관련이 높은 것 같군요.
Bryston : 맞습니다.
- 최근에 스피커도 런칭했습니다. 갑자기 왜 스피커까지 손을 댔는지 궁금하군요.
Bryston : 이 부분은 제임스 태너씨의 공이 큽니다. 태너씨는 이미 30년전부터 스피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그 즈음 플로이드 툴이라는 분을 만나면서 큰 영향을 받았죠. 툴씨로 말하면, 캐나다 스피커계의 전설이라고 할까요? 토템, 패러다임 등에서 많은 제품을 설계했답니다. 툴이 내세운 기치는,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피커가 따로 있느냐는 겁니다. 특히, 주파수 특성이 플랫하고, 와이드 리스폰스할 경우, 애호가들을 사로잡을 확률이 높다고 봤습니다.
- 아주 흥미로운 이론이군요.
Bryston : 그러다 최근에 이언과 안드레아라는 두 젊은이가 툴씨의 사상에 입각해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태너씨의 안테나에 포착되면서, 결국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기로 한 겁니다. 모델 T가 그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2013년 경의 일이죠.
- 캐나다는 세금이 무척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Bryston : 맞습니다. 소득에서 약 40%가 빠져 나갑니다.
- 대신 혜택도 많죠?
Bryston : 의료, 교육, 실업 수당 등에서 아무래도 다른 나라보다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 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데, 학교 다니는 5년 동안 학비로 약 24,000 캐나다 달러를 썼습니다. 즉, 1년에 5,000 캐나다 달러를 쓴 셈이죠.
- 한화로 치면 1년에 450만원. 참 인상적입니다. 브라이스턴은 아무래도 북미쪽 마켓이 제일 크겠군요. 대략 어떤 비율로 해서 지역별로 판매가 되나요?
Bryston : 북미가 약 55~60% 정도 됩니다. 유럽이 15% 가량.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가 그 나머지 약 25% 정도요?
- 홈페이지에 보니 유명 인사들도 많이 쓰고 있더군요. 뮤지션도 상당히 많고요. 혹, 유명 뮤지션이 브라이스턴을 듣고 특별한 감회를 내비친 적은 없는가요?
Bryston : 그보다 개인적으로 뮤지션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를테면 스튜디오에서 악단과 녹음을 한 후, 모니터로 플레이백 할 때, 그들은 음색이나 공간감 같은 것은 거의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로지 타이밍(Timing), 즉, 모든 악기가 정확하게 같이 움직이는지 그 부분에 집중하더군요.
- 참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ryston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