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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제품을 리뷰할 때 제일 골머리를 앓는 파트가 바로 케이블이나 악세서리류다. 일단 AB 테스트를 통해 음질의 변화나 차이를 실감하기는 하지만, 과연 이 제품들이 다른 시스템에선 어떤 작용을 할지 알 수가 없고, 또 어떤 기술을 갖고 만들어졌는지 모를 때도 있다. 심지어 대외비라고 해서 제작 과정이나 노하우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 회사도 있으므로, 그럴 경우 리뷰를 쓸 때 난감하기만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만난 솔리톤의 점퍼선으로 말하면, 너무나 쓸 말이 많아서 오히려 행복한 경우라 하겠다. 심지어 이런 부분까지 공개해도 될까 싶은 내용도 있는 바, 이는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한 데다가 특허 취득까지 겹쳐 있으므로, 집 구경 온 사람에게 안방 건넌방 모두 공개해도 하등 거리낄 게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처음 이 회사의 존재를 인식한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 오디오 쇼였다. 바로 2007년에 뮌헨에서 벌어진 하이 엔드 쇼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번 리뷰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필자와는 뭔가 인연이 깊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큰 쇼에 국내 업체가 참가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자신감과 승부욕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브랜드가, 그것도 선재를 들고 나와 깜짝 놀랐다. 당시에 단결정이 뭔지, TSC 와이어가 뭔지 알 길이 없었지만, 꽤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CES에서도 보고 또 국내의 많은 오디오 행사에서도 만나면서 점차 이 회사의 기술력과 잠재력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단, 이상하게도 제품 리뷰를 쓸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바, 이번에 점퍼선을 만나 자료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아울러 해소하게 되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단결정”이라는 말부터 따져보자. 대체 단결정이 뭔가? 그럼 일반 금속은 다결정이란 말인가? 그럼 둘 사이의 차이가 뭔가?

 

단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파이어의 예를 들면 알기 쉬울 것이다. 이것은 알루미늄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3개가 규칙적인 배열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규칙성이 깨지면 산화 알루미늄으로 변하며 고작 절연재에 쓰일 뿐이다. 이는 다시 말해 금속 고체 내부의 원자 및 화합물의 구조가 주기적으로 또 규칙적으로 배열된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웅변하는 사례라 하겠다.

 

사실 단결정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각광받는 나노 테크놀로지의 큰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보다 미세하고 정교한 제품 개발을 위해 필수로 자리 잡은 상태다. 그 과정에서 단결정 구조를 갖는 금속의 존재가 더욱 부각됨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오디오에서 차지하는 단결정의 중요성이다. 선재의 경우 구리를 예로 들어보자. 흔히 5N이니 6N과 같은 용어를 쓴다. 이는 순동이 99.999% 혹은 99.9999%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10만개 혹은 100만 개 중 하나가 바로 산소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5N보다 6N이 음질적으로 더 좋을 것이라 기대된다. 왜 그런 기대를 하냐면 역시 신호 전달시 그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더 적다는 뜻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5N, 6N이라는 것이 구리 자체의 결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그레인의 경계(Grain Boundary)이라는 개념이다. 우선 그레인이라는 것은 작은 결정립으로 보면 된다. 이게 뭉쳐서 덩어리(bulk)가 되고, 그게 하나의 다결정체가 된다. 그런데 일반 금속 내부는 이런 다결정체가 수없이 많이 구성된 바, 그런 다결정체 사이의 틈이 생기게 된다. 그게 바로 그레인의 경계다.

 

물론 이 경계가 1M 정도의 선재에 한 두 개 정도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측정해보면 그 결과에 경악하게 된다. 무려 1Cm 길이에 약 천만개 정도의 경계가 발견되니 말이다. 그럼 1M 길이의 케이블에 어느 정도가 있을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만일 이 금속이 단결정으로 이뤄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 금속이 움푹 페이고 노면이 불규칙한 데다가 구불구불한 시골길이라면, 단결정 금속은 새로 건설한 쭉 뻗은 고속도로를 연상하면 된다. 즉, 선재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5N이나 6N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은 그레인의 경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단결정 금속을 어떻게 얻느냐는 것인데, 예전에는 브리지만 방식으로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정 성장을 위해 수정 튜브를 사용하는 만큼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개당 단가가 엄청나다는 단점 때문에 더 이상 쓰이지 않았다. 엠씨 랩이 주목한 것은 초크랄스키(Czochralski) 방식이다. 우선 고체 물질을 용융시킨 다음 그 액면에 종자 결정을 접촉시킨다. 그리고 서서히 끌어올리면 필요한 직경의 크기를 갖는 단결정 구조물이 완성된다. 이때 자라는 크기는 시간 당 0.1~1mm 정도라고 한다.

2000년 경 동사가 처음 단결정체를 완성했을 때 과연 이것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선재를 만들기로 결심한 후에도 이 구조를 깨트리지 않고 응용시키는 방법을 찾는데 무려 3년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얻은 노하우는 잉곳(Ingot) 형태의 구리 단결정체를 디스크 형태로 자른 다음, 그 각각의 디스크를 골뱅이 형태로 다시 미세 가공해서 선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집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데 이 과정에서 녹이거나 깎아내는 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럼 단결정의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이다. 대신 디스크에서 필요 없는 원자를 빼내는 방식을 동원한 바, 수백 마이크론의 폭으로 가공할 수 있게 되었다. 최첨단 나노 과학의 승리인 것이다.

 

그럼 이런 선재를 사용한 케이블의 장점이 무엇일까? 엠씨 랩의 생각은 이렇다. 케이블 그 자체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를 내는 기기를 연결할 뿐이다. 즉, 전송에 있어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케이블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정확한 접근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것은 점퍼선. 과연 이 짧은 선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힌트 하나를 준다면, 케이블 교체 시 가장 돈이 적게 들면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점퍼선이라는 것이다. 일단 길이가 짧고, 인터커넥터처럼 미세 신호를 다루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제조 과정이 간단한 데다가 스피커에 관계된 것이라 여러모로 확연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 와이어링 단자를 장착한 스피커의 원래 의미는 두 대의 스테레오 파워 앰프를 동원하라는 것이다. 트라이 와이어링의 경우 당연히 석 대다. 그럴 때 최상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한때 파워 앰프에서 두 세트 분의 스피커 터미널을 장착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2채널에서 뽑는 것이라 큰 의미는 없고, 요즘 한 대의 스테레오 앰프에 4채널 혹은 6채널분의 파워 앰프를 제공하는 제품들이 나오는 바,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일단 현실은 현실. 두 대의 파워 앰프를 살 수는 없으므로 이럴 경우 점퍼선의 교체를 통해 훌륭한 업그레이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본 점퍼선은 선재뿐 아니라 선재만큼이나 중요한 단자 역시 단결정 구조로 만들어져 여러모로 음질상 얻는 메리트가 많다.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그레인의 경계가 우선 사라졌다는 것이 이토록 깨끗하고 디테일이 풍부한 음을 선사한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스피커 케이블이며 인터 커넥터 등에 관심을 갖게 한다.

 

어떤 금속 물질이든 전자의 이동에 일정한 저항치를 갖고 있다. 구리의 경우 92%의 성분이 그 자체의 구조적 저항을 갖고 나머지 8%가 불순물 및 결함을 통해 발생한다. 단결정으로 하면 그 8%를 제거한다는 뜻으로, 이럴 경우 구리가 은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갖는다. 그럼 은(Ag)을 단결정으로 만들면 어떨까? 이보다 더 낮은 수치를 가진 저항체는 지구상에 없다고 한다. 본 점퍼선은 바로 그 은을 선재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는 불과 10Cm 정도지만 그 안에 든 내용은 뭐라 형용할 길이 없는 셈이다.

 

이를 테플론 및 일반 수축 튜브를 동원해 총 3회의 절연을 실시했으므로, 자체 진동 및 외부의 영향에 철저히 보호된다. 그러면서 가격표가 참으로 착한 것은 아마도 본 기를 통해 솔리톤의 기술력을 한번 맛보라는 차원에서 일종의 서비스로 공급하는 것이라 보인다. 놓치면 후회할 만한 유혹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B&W의 802 다이아몬드를 사용했고, 앰프는 다질 프리 및 에어의 MXR 파워를 썼으며, 소스는 린데만 825다. 시청 트랙은 필자가 편집한 음반의 재즈 및 클래식 편에서 각각 골랐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니네 얀센

 

-슈베르튼 《아베 마리아》 조수미

 

-오스카 피터슨 《You Look Good to Me》

 

-핑크 플로이드 《Us and Them》

 

멘델스존에서 놀란 것은 우선 스케일. 일단 오케스트라의 저역이 쑥 더 내려가고, 중량감도 더해진다. 스피커의 사이즈 자체가 커진 느낌이다. 바이올린은 좀 더 감촉이 부드럽고, 고와져서, 과연 여류가 연주한다는 기분을 실감하게 만든다. 총주에서 돌진할 때의 압박감도 훌륭하고,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일체 뭉침이 없는 부분도 과연 점퍼선의 위력이다. 탁 트인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느낌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슈베르트를 들으면 일단 단정하게 두드리는 피아노의 존재감이 빼어나고, 그 위에 얹히는 조수미의 청아한 음성은 곧 마음을 사로잡는다. 뱃심을 강하게 준 가운데 가볍게 비브라토를 넣는 부분이 큰 매력으로,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분만을 사용했음에도 얼마나 호소력 있게 듣는 이를 설득할 수 있는지 알게 한다. 바로 그런 느낌을 잘 그려내고 있다.

 

오스카 피터슨을 들으면 드럼의 사이즈나 스케일이 더 커지고, 더블 베이스는 더욱 밑으로 내려가며, 피아노를 두드리는 손에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브러쉬로 간질이는 스네어 웍이나 더블 베이스를 치면서 레이 브라운이 웅얼거리는 소리 등 미세한 부분도 절묘하게 포착한다. 단순히 스케일만 키운 음이 절대 아니다. 스피커로 들어오는 음성 신호를 모두 받아들여 음악적으로 잘 마무리한다는 인상이다.

 

마지막으로 핑크 플로이드는 천천히 전개되다 클라이맥스에서 강력하게 폭발하는 구성인데, 그 흐름이 일목요연하다. 중간에 테너 색스의 몽환적인 느낌도 잘 살아 있고, 에코를 적절히 넣은 길모어의 보컬이라던가, 배후에서 나른하게 흐르는 올갠 등, 곡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오소독스하게 엮여서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원 곡이 가진 처연함이나 처절함을 잘 살리면서 오디오에서 요구하는 여러 요소들을 골고루 살리는 점은 역시 양질의 점퍼선이 해낼 수 있는 최상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