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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디오 산업에서 대세가 될만한 커다란 윤곽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의 경향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주관적일까? 예컨대 ‘대한민국의 특성상 이러이러한 오디오 산업이 특화되었다’라고 할만한 필연적 특성을 엮어 내기가 힘들어 보인다. 토막토막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있는 다양한 종목들을 살펴 보면, 뚜렷한 히스토리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현 시점에서는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약 한 세대 이전에 OEM이나 라이센스로 시작한 대형 회사들의 활동과 향방이 일단 그다지 선명해 보이지 않고, 소신 있게 전문 영역을 개척해온 뚜렷한 브랜드 또한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를 포기하고 콤포넌트 혹은 완제품 공급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거나 반대로 해외 원천기술과 부품에 자체 디자인을 입혀 자리를 잡아가는 경우는 간헐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이런 국내산 오디오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현황 속에서 상당히 선명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부문이 있다면, 원천적인 자체 제작기술을 성장동력으로 확보해온 사례들이다.

 

이 경우는 공통적으로 하이엔드를 지향해왔고 애초부터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성과를 거두어 왔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 ‘솔리톤’으로 케이블과 액세서리 부문에서 자리를 굳혀 가는 엠씨랩(MC Lab)은 이 부문의 대표주자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엠씨랩(Max Crystal Laboratory)은 기본적으로 산학협동 조직의 전형을 보이며, 바람직하게도 음악애호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연구소 및 제조사이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대학교와 결합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국내정서상으로는 낯설다고 보는 시각이 많을 것이라서, 엠씨랩의 출범 자체가 순탄치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최소한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보았을 때, 그 결과는 상당히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인다.

 

국내에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하이엔드 케이블을 보유하게 되었고, 업계에 종사 이력이 없는 오디오파일이 관찰해 온 바로는 현재의 국내 하이엔드 케이블 인프라는 엠씨랩으로부터 자극을 받거나 영감을 받은, 일종의 신기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대학 혹은 개별 연구소 예산으로 운영을 하는 경우의 장점과 단점은 상당히 분명한 편이다. 요컨대 특정 사안의 결정을 놓고 결재 및 승인 절차가 그리 길지 않고, 특정 인물에 의해 주도되어 프로젝트가 소정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일관되게 진행 가능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이 되겠으며, 반면에 완벽한 사업으로 분류되어 애초부터 시스템을 갖추고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동일 품질의 제품과 비교하자면 사업의 진행 속도가 더디고 주도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중단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상업적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소위 ‘큰 판’으로 변질되어 조기 종영되거나 할 가능성도 낮다는 점은 여전히 특정 제품의 애호가들에게는 좋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엠씨랩은 국립 부산대학교가 밀양대학교를 흡수하면서 확장된 ‘나노 과학기술 연구소’ 산하 프로젝트에서 기원한다. 학교법인간의 합병은 2006년이었지만, 프로젝트는 1991년 부산대학교에서 시작된 ‘결정성장 연구’에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케이블 전문 조직으로 모양을 갖추는 것은 이로부터 약 1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05년부터 가능해졌고, 2006년에는 단결정 와이어 기술 특허를 국내 등록 및 해외에 출원하였다. 제품으로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3년이 지난 2008년부터였다. 그러니까, 오디오파일들이 케이블 제조사로서의 엠씨랩의 제품을 시청하거나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현재로부터 5년 전 무렵부터가 된다.

 

2010년에는 단결정 와이어 제조 기술을 일본 및 중국에 특허 등록이 완료되고 미국 및 유럽은 등록 진행 중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2년에는 단결정 전원케이블 제조 기술을 새롭게 특허 등록하였다. 엠씨랩은 엠씨랩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증명하듯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계속 하고, 발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동사의 유일한 브랜드인 ‘솔리톤’ 케이블의 출현은 당시 국내 오디오시장에 큰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약 천 만원에 이르는 인터커넥터 페어의 가격에 하이엔드에 익숙한 국내 오디오파일들 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로부터 이 뉴스메이커의 파장 또한 종으로 횡으로 크게 전도되기 시작했다. 약 22년에 걸쳐 있는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엠씨랩은 산학 기반 전문 R&D 조직을 갖춘 드문 형태의 하이엔드 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엠씨랩 제품의 핵심은 단결정 이론과 이를 토대로 한 제품화에 있다고 요약할 수 있으며,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해본다면 단결정 괴를 오디오용 케이블과 단자로 상용화시키기 위한 제품과 과정에 엠씨랩 기술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파악하면 될 것 같다. 이 부문에서 엠씨랩은 가히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으며 그로 인한 결과물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솔리톤 제품의 사용자들이나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에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단어가 되어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단결정이론’이란 간략히 말해서 금속 원자를 마치 세포가 증식하듯 분열 혹은 성장시켜서 동일한 재질의, 체적이 늘어난 ‘괴’를 얻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원래 엠씨랩이 발견한 특허는 아니고, 폴란드의 화학자인 초크랄스키가 개발하고 정립한 이론이라서 ‘초크랄스키 결정’이라고도 하고, 단결정 제조 공정 또한 ‘초크랄스키 (성장)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여하튼 이 결과물로서의 단결정이 갖는 의미는 상기와 같은 고유의 프로세싱을 통해 구조적으로 이상적인 금속결합물, 즉 결손조직이나 불규칙한 구간이 없이 입자간 간격이 매우 정교하고 고르게 분포하는 결과물을 얻는다는 데 있다.

 

이런 구조가 오디오 시그널, 전자의 이동에 기여하는 부분은 원래 소스가 변형이나 감소되는 일 없이 유지되어 출력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져 왔음을 오디오파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선재 제조공정에서의 불순물, 심지어 압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제거해서 순도를 높인다거나, 선재를 꼬아서 자기간섭을 억제한다거나, 물리적으로 바이어스 전압을 가해서 양질의 방향성을 확보한다거나, 피복의 재질과 두께를 강화시켜 외부 자기로부터 차폐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련의 케이블 제작 이론들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공히 왜곡의 최소화를 위한 과정이다.

 

단결정의 이와 같은 저왜곡 특성은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했다. 예컨대 반도체 등의 정밀 작동을 요하는 소자로 사용되는 사례가 가장 일반적인 사례가 되지만, 일반 귀금속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소재는 다르지만, 탄소가공을 통해 인공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좀더 이해가 분명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초기 엠씨랩의 제품화 과정 중에서는 단결정을 귀금속으로 제조하는 활동 또한 진행된 바 있다. 단결정이 귀금속 부문에서 갖는 의미는 고른 분자구조로 인해 광택이 뛰어나고 우수한 전도성으로 인체에 바람직한 자기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 프로젝트의 운명은 음악애호가에 의해 주도되도록 되어 있었다. 현 엠씨랩의 대표이자 나노 과학기술대 학장이던 정세영 교수는 동 부문의 권위자로서 시기적으로나 연구의 깊이에서 이미 많은 단계를 앞서 가 있었다. 무엇보다 정세영대표는 자체 단결정 제작과정을 개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국가지정 소재은행 산하 단결정 은행을 설립했다. 소재은행이란 일종의 종자은행처럼 기초 단위의 소재들을 관리하고 대여 및 분양하는 특급 전문기관이다. 

 

현재 약 30여 개의 특허 및 실용실안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 제조사들에 자체 제조 선재를 납품하고 있는 엠씨랩은 이러한 원천 소재에서부터 근간을 다져온 연구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오디오 제조사들과 차별화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단결정 괴를 얻어낸 이후의 프로세싱, 즉 상기한 엠씨랩의 원천기술이 투입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그 고유의 프로세싱을 살펴본다.

 

 

 

 

도무지 금속 덩어리를 케이블로 만들어 내는 방법이란 다시 녹여서 압출로 뽑아내는 방법 이외에 뭐가 있을까 싶은데, 이 방식에서부터 엠씨랩의 기술은 기상천외의, 그리고 실은 엠씨랩 본연의 모습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원통형 막대모양으로 ‘성장’시킨 단결정 구조물을 일정한 두께로 절단해서 동전모양의 절편을 여러 개 얻어낸 다음, 마치 태엽의 스프링 모양으로 동심원방향으로 얇게 잘라 들어간다. 이렇게 얻어진 선재를 평탄하게 펴고 피복을 입히면 칼국수 면발을 연상시키는 플랫 케이블 형태의 선재가 완성되며, 제품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제품의 굵기를 다변화하고 제품에 사용할 선재의 가닥 수를 결정해서 구분한다. 타 업종에서는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제품은 케이블로는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엠씨랩의 제품들은 내장 선재의 숫자가 3가닥을 넘지 않는다.

 

엠씨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결정을 사용해서 자사 제작의 단자들을 제작하고 자체 방식으로 터미네이션을 해서 최종 제품을 완성시킨다. 단자의 경우는 ‘괴’가 아닌 ‘면’ 형태로 성장시킨 단결정 생성물을 프레싱 방식으로 커팅해서 얻어진다. 단결정 선재가 소정의 순도를 유지해서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말단에서도 동일한 품질이 유지되어야 의미를 갖는다는 전제하에 동일한 소재와 방식으로 제작된 단자를 사용해서 터미네이션까지 완료시키고 있다.

 

 

엠씨랩의 제품들은 터미네이션 방식에서도 납땜을 하지 않고 압착으로 마감하는 소위 ‘콜드웰딩’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가히 특허 본연의 가치를 갖는 엠씨랩 초유의 방식은 시작단계에서부터 신호가 도달하고 증폭되어 출력되는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전송이 필요한 두 대상 사이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물을 철두철미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거래할 때 특허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수백만 개가 팔려나간 어느 날 특허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일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런 차원에서 오디오제품 유통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엠씨랩과 같이 ‘안전한’ 원천기술을 등록시켜 놓은 제조사의 가치는 크며, 전술했듯이 엠씨랩은 해외에 단품 및 완제품 공급계약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로서 ‘솔리톤’은 엠씨랩의 단일 브랜드로서, 인터내셔널 상호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은의 단결정에서 출범한 솔리톤은 최근까지 대부분의 제품이 은으로 제작되어왔으며, 최근에 와서 구리 제품들까지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제품의 카테고리는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커넥터, 파워케이블, 디지털 케이블 및 USB 케이블, 그리고 전문 점퍼선과 아날로그용 리드선도 스테디셀러 중의 하나이다.

 

서브 브랜드인 ‘파울리’ 라인업의 제품들을 보면 상급기로 갈수록 심선을 단일 구성으로 하고 있다. 솔리톤 제품들의 선재는 전술했듯이 독보적인 단결정 구조의 순도 99.9% 순은선(TSC)을 사용하고 있다. 제품 등급과 용도에 따라 마감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솔리톤은 쉴딩 처리에도 많은 물량을 투입시키고 있다. 물론, 선재 고유의 특성 발휘를 위해서이다. 엔트리 모델 ‘파울리’ 제품의 경우만 보아도 시각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제작등급을 느낄 수 있다. 테프론 수축튜브로 1차 절연을 한 후 다시 여러 겹의 수축 피복을 사용해서 다중절연 처리되어 있다. 그 위에 다시 알루미늄 막으로 절연을 해서 외부 자기장 유입을 막았으며 최종 포장을 덮고 메쉬 소재의 고급 익스펜더로 처리시키고 있다.

 
솔리톤의 선재를 구분하는 기준을 간략히 살펴보면, 초기에는 네 자리 숫자인 3024, 2511, 1029 등의 넘버를 사용했었는데 최근으로 오면서 두 자리로 심플하게 편성하고 있다. 심선의 굵기에 따라 크게 11과 12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11은 단면이 1mm, 12는 2mm 인 제품이라고 보면 되고, 재질에 따라서 C로 시작하는 제품들은 ‘동선’이고, S로 시작하는 경우는 ‘은선’이다. 중간에 알파벳 ‘I’가 들어가 있으면, 인터커넥터, ‘S’면 스피커 케이블, ‘P’면 파워코드이다.

 

예를 들어 CSS11는 폭이 1mm인 구리 심선을 사용한 스피커 케이블이 되며, SIS12는 폭 2mm 은선을 사용한 인터커넥터가 된다. 이러한 케이블 제품들을 기본 구성으로 하고, 이외에 Lyra, Space, Hermes, Pauli, Muse, Erato 등 독자적인 명칭을 붙인 제품들이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90년대 실텍이 주도해서 가히 혁명처럼 화두가 되어 온 은선은 그 명성에 비해 누구나 한 번쯤 제품화시켜 볼만한 만만한 소재는 아니었다. 그래서 순도 100% 은선으로 케이블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의 이름이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유독 은도금 케이블들은 수도 없이 파생되어 왔다. 이런 인터내셔널 차원의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이론으로 설득력 있는 상품을 늘려가고 있는 솔리톤의 위상은 점점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솔리톤의 제품들은 사운드적으로 명쾌하다는 점에서 그보다 앞서간, 그리고 수많은 신생 케이블 브랜드들 속에서 잘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시간을 이런 기반을 다지는 데 투자를 하고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굳이 대한민국의 브랜드라는 이유가 아니라 해도 앞으로 수많은 오디오파일 팬들을 거느릴 이유가 충분한 전형적인 하이엔드 케이블 브랜드이다. 머지 않아 양적으로도 지금의 몇 배가 되는 제품들을 보유한 케이블 전문 브랜드가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결정 이론의 확장, 혹은 새로운 이론에 근거한 제품들을 확장시켜 나갈 솔리톤의 행보를 지켜보는 즐거움은 오디오파일의 한 사람으로서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